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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저리세요?
곽영자 2008-03-28 추천 0 댓글 2 조회 807
 

당신이 팔다리가 저리다면 십중팔구는 병원에 가서 ‘피가 안통해서’, 혹은 ‘혈액 순환이 잘 안되서’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의사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말하는 환자가 참으로 당혹스럽다.

 

사람의 팔다리에 피가 통하지 않으면 그것은 그야말로 대형사건인데도 의외로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의사가 그것이 아니라고 설명을 하면 환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한의원에서, 혹은 약국이나 인터넷에서 그렇게 들었다’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이쯤되면 벌써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가벼운 긴장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설득해야하는 쪽과 설득 당해야 하는 쪽이 모두 ‘거부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혈액 순환이라는 개념을 한번 생각해보면, 허파를 통해 산소를 잔뜩 머금은 동맥혈이 심장에 가득 고이면, 심장은 강한 힘으로 펌프질을 한다. 그래야 손가락 발가락 끝까지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혈관을 통해 신체 구석구석에 신선한 동맥혈을 공급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의 세포들은 이렇게 동맥으로 공급된 피에서 산소를 꺼내서 사용하고, 대신 그동안 축척된 이산화탄소를 혈관으로 되돌려준다.

 

그 결과 혈관속에는 좀전과는 달리 산소대신 이산화탄소 지꺼기를 가득 머금은 피가 가득차게 되고, 우리는 이때부터 그것을 동맥이라 부르지 않고 정맥이라고 부른다. 이때 정맥속의 피는 다시 허파로 보내지고, 허파속에 있는 공기청정기는 이산화탄소는 공기중으로 뿜어내고, 산소는 받아들인 다음, 또 다시 동맥혈로 바꾸어 심장으로 보낸다.

 

우리는 이 과정을 분당 80-100 회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단 한 개의 프로세서만 고장이 나도 사람은 생존을 할 수 없게 된다. 허파가 고장나면 우리몸은 금새 이산화탄소로 가득차서 푸드댕댕해 질 것이고, 심장이 탈이 나면 신선한 피를 현관 구석구석까지 보낼 펌프가 고장이 나는 셈이며, 혈관이 탈이나면 소방호스가 막히거나 구멍이 난 채 불을 끄려는 소방관처럼 되고 만다. 때문에 손발이 저린 원인이 정말 피가 안통하는 것이라면 당신의 몸은 이 과정중의 하나가 고장난 셈인데, 그 결과는 상상이상으로 끔찍하다.

 

그래서 혈액순환장애로 인해서 손발저림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버거씨 병’이나 ‘레이노씨 병’과 같이 말초혈관이 막히는 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이 경우라면 이미 당신의 손발은 생리적인 수명을 다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여기는 것이 옳다.

 

사실 손발저림의 원인은 대개가 신경질환에서 비롯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신경이란 스트레스나 화병처럼 ‘신경이 예민하다’라고 말 할 때의 신경이 아니라, 혈관 못지 않게 온몸에 고루 퍼져있는 전선줄을 가리키는 것이다, 사람의 몸에는 뇌가 내리는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신경줄들이 골고루 퍼져있고, 그 신경은 뇌의 명령을 받아 근육을 움직이게도 하지만, 반대로 뇌에 정보를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들어 뜨거운 것을 만지면, ‘아픈 느낌’을 뇌로 전달해서, 뇌가 얼른 손을 치우라는 명령을 내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손발저림의 원인은 대개 이 신경이 문제다. 가느다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기거나, 혹은 손목을 많이 써서 생기는 수근관 증후군, 또 팔꿈치를 많이 서서 생기는 요척골 증후군, 그리고 경추,요추 디스크와 같은 중추신경계의 문제등이 원인인 것이다.

 

때문에 이제 당신이 손발이 저리다면 병원에 가서 ‘피가 안통하는것 같아요’ 대신 ‘신경질환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해보라. 그러면 의사는 요즘환자들이 만만치 않은 의학상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당신이 진료실을 떠난 후에 책장에 꽃힌 교과서를 다시 한번 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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